귀금속 전면 급락
귀금속 시장에 강력한 매도 물결이 몰아치며 현물 금은 1년 저점으로 떨어졌고, 은은 2025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0달러선을 하회했다.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재부각, 그리고 주요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신호 영향으로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급격히 고조되며 귀금속 자산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거래 시간대에 현물 금은 3% 넘게 하락하며 온스당 최저 3891달러를 기록, 2025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 금의 누적 하락폭은 6%를 넘어서며 2개월 연속 하락 마감이 우려된다. 현물 은은 5% 가까이 하락해 온스당 49.34달러를 기록했고,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4%와 3.1% 하락하며 수개월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정책 기대 매파 전환이 금값 압박
이번 하락의 핵심 압력은 글로벌 통화정책 기대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은 모두 금리를 동결했지만 긴축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를 명확히 했고, 미국과 유럽중앙은행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Zaner Metals 부사장 겸 수석 금속 전략가 피터 그랜트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로 여러 중앙은행이 더욱 매파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귀금속 가격에 뚜렷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목요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인플레이션이 가속했고, 휘발유 및 기타 상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며 연방준비제도가 12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강화했다. 국제 유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며 4개월 연속 상승이 유력하고, 에너지 비용 상승 역시 중앙은행이 긴축을 연장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 자체가 이자 수익을 내지 않기 때문에 고금리 환경에서는 보유 기회비용이 증가해 투자자들의 배분 의향이 위축된다.
기술주 매도가 압박 확대
거시 요인 외에도 기술주의 큰 변동성이 귀금속 낙폭을 더욱 키웠다. 독일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기술주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다른 자산을 팔도록 압박하고 마진콜을 유발해 금과 은 시장의 매도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의 막대한 자본지출 회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며 기술주가 뚜렷한 매도를 맞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금요일 2% 넘게 급락했다. 시장 유동성이 빠듯해지는 가운데 전통 안전자산인 금도 영향을 받았다. 다만 독일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최근 귀금속 가격 낙폭이 과도했을 수 있어 이후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은 수급 펀더멘털 변화
금에 비해 은의 낙폭이 더욱 두드러졌는데, 금리 기대 영향 외에도 수급 펀더멘털에 변화가 생겼다. 올해 초 은은 한때 온스당 121달러까지 치솟았는데, 당시 글로벌 공급 부족, 일부 지역의 실물 은괴·은화 품귀, 태양광 산업 수요 증가 기대가 함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가격이 장기간 고점에 머물면서 수요 측이 조정되기 시작했다. 귀금속 연구기관 메탈스 포커스는 높은 은값이 주얼리·은기 소비를 뚜렷이 억제했고, 태양광 기업들도 소재 이용 효율 제고와 대체 소재 발굴 등으로 은 사용량을 줄였으며, 실물 투자 수요 부진이 시장의 지지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관은 올해 은 시장의 공급 부족폭이 더욱 축소되고 내년에는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도 있어 이전의 극심한 공급 경색 국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이 향후 2027년 대폭적인 통화정책 긴축 기대를 점차 낮추게 되면 은은 여전히 금을 다시 앞지를 잠재력을 갖췄다.